볼린저밴드 W바닥 238건 실측: 두 번째 저점이 밴드 안에 있어야 하는 이유
차트를 보다가 바닥에 W자가 그려지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저점을 두 번 확인했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막상 사고 나면 절반쯤은 그대로 흘러내립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볼린저밴드를 만든 존 볼린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조건을 하나 달았습니다. 쌍바닥처럼 보인다고 다 같은 쌍바닥은 아니라는 거예요. 두 번째 저점이 밴드 대비 어디에 있느냐, 여기서 진짜와 가짜가 갈립니다. 이걸 볼린저밴드 W바닥이라고 부릅니다.
말은 그럴듯한데, 정말 그럴까요. 코스피·코스닥·삼성전자부터 비트코인까지 15개 시장 10년치를 돌려 727건을 세어봤습니다. 미리 답부터 드리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3줄 요약
- 두 번째 저점이 하단밴드 안에서 버틴 쌍바닥은 넥라인 돌파율 68.9%, 그렇지 않은 쌍바닥은 60.1%였습니다(238건 대 489건, p=0.021).
- 15개 시장 중 12개에서 같은 방향이 나왔습니다. 조건이 우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 그런데 돌파 이후 20봉 수익률은 중앙값 1.11% 대 1.22%로 사실상 같았습니다. 패턴 완성 확률을 높이는 필터일 뿐, 수익을 키워주는 장치는 아니었습니다.

볼린저밴드 W바닥은 그냥 쌍바닥이 아닙니다
용어부터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볼린저밴드는 20일 이동평균을 중심선으로 두고 위아래로 표준편차 2배만큼 띄운 띠입니다. 변동성이 커지면 저절로 벌어지고 잠잠해지면 저절로 좁아져요. 기본기가 궁금하시면 볼린저밴드 매매기법 4가지를 먼저 보고 오시면 훨씬 편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게 %B(퍼센트 비)입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B = (종가 − 하단밴드) ÷ (상단밴드 − 하단밴드)
%B가 1이면 상단밴드에 딱 붙어 있고 0.5면 중심선, 0이면 하단밴드입니다. 0보다 작으면 하단밴드를 아래로 뚫고 나갔다는 뜻이고요. 가격을 밴드라는 자로 잰 눈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볼린저가 말한 W-바닥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 첫 번째 저점이 하단밴드 아래로 이탈한다. 공포가 극에 달한 자리입니다.
- 중심선 쪽으로 반등한다. 이때 만들어진 고점이 넥라인입니다.
- 다시 밀려 두 번째 저점을 만드는데, 이번엔 하단밴드 안에서 버틴다.
- 넥라인을 종가로 뚫어주면 패턴이 완성됩니다.
핵심은 3번입니다. 가격이 첫 저점보다 더 낮아져도 상관없습니다. 밴드가 그사이에 아래로 벌어져 있으면 같은 가격이라도 밴드 기준으로는 더 위에 있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가격은 신저가인데 %B는 올라온 자리가 나옵니다. 파는 힘이 빠졌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이게 일반적인 이중바닥 패턴과 갈리는 지점입니다. 보통 쌍바닥은 두 저점의 가격이 비슷한지, 넥라인이 어디인지만 봅니다. 볼린저는 거기에 “밴드 대비 상대 위치”라는 자를 하나 더 얹은 거죠.
사실 이 패턴은 볼린저가 만든 게 아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M과 W라는 이름의 출처입니다. 원조는 아서 메릴(Arthur A. Merrill)이라는 미국의 시장 분석가입니다.
메릴은 1980년에 『M&W Wave Patterns』라는 책을 냈습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18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8% 스윙 필터로 전환점 688개를 뽑았고 그걸 다섯 점짜리 형태로 분류했습니다. 결과가 M 패턴 342개, W 패턴 342개. 다시 고점과 저점의 순서에 따라 M 16종, W 16종으로 쪼갰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꽤 성실한 작업입니다.
존 볼린저가 밴드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건 1983년, 금융 전문 방송 FNN(Financial News Network)의 수석 애널리스트 자리에서였습니다. 밴드가 필요했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당시엔 이동평균선 위아래로 고정된 비율(예: ±5%)을 띄우는 방식이 흔했는데, 변동성이 커지든 작아지든 폭이 그대로였거든요. 볼린저는 표준편차를 써서 띠가 스스로 신축하게 만들었습니다.
밴드가 퍼지자 볼린저는 메릴의 W 분류를 자기 도구에 얹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게 오늘 다루는 조건입니다. 정작 %B와 밴드폭(BandWidth)을 정식 파생 지표로 공개한 건 밴드 발표로부터 약 30년 뒤인 2010년이었습니다. 눈으로 보던 걸 숫자로 옮기는 데 30년이 걸린 셈이죠.
불편한 이야기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2017년 『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에 실린 팡·야콥슨·친(Fang, Jacobsen, Qin)의 연구 「Popularity versus Profitability: Evidence from Bollinger Bands」는 볼린저밴드 전략의 수익성을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추적했습니다. 결론은 뼈아픕니다. 1983년 밴드가 알려지기 전에는 꽤 잘 통했지만 유명해질수록 예측력이 줄었습니다. 연구진은 팩티바(Factiva) 뉴스 기사 수를 인기도의 대리 지표로 삼았는데, 인기가 오르는 곡선과 수익이 꺼지는 곡선이 나란히 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패턴을 “돈 버는 기법”이 아니라 “판을 읽는 눈금”으로 두고 검증해봤습니다.
코스피 2023년, 같은 자리에서 갈린 두 번의 쌍바닥
숫자로 넘어가기 전에 눈으로 한 번 보겠습니다. 마침 코스피 2023년 한 해 안에 교과서 같은 사례가 둘 다 있습니다.
일봉 차트입니다. 왼쪽은 2023년 2~3월입니다. 2월 27일 저가 2,383.8을 찍으며 %B가 −0.04로 하단밴드를 살짝 이탈했습니다. 3월 7일 2,475.7까지 반등해 넥라인을 만들었고 3월 16일에 저가 2,346.1로 더 낮은 가격까지 밀렸습니다. 그런데 %B는 +0.14. 가격은 더 내려갔는데 밴드 기준으로는 오히려 올라왔습니다. 조건이 성립했습니다. 넥라인 2,476을 넘긴 뒤 6월 9일 2,641까지 올라갔고요.
오른쪽은 같은 해 7~8월입니다. 7월 7일 저가 2,515.1에 %B −0.05로 첫 이탈이 나왔고 8월 1일 2,668.2로 넥라인이 잡혔습니다. 그리고 8월 17일 두 번째 저점. 저가는 2,482.1로 첫 저점보다 조금 낮았는데, %B는 −0.09였습니다. 첫 저점보다 더 깊이 밴드를 벗어났다는 얘기죠. 조건 미충족입니다. 코스피는 넥라인을 끝내 넘지 못하고 10월 31일 2,278까지 밀렸습니다.

같은 지수, 같은 해, 겉모습도 비슷한 두 개의 쌍바닥인데 결과가 정반대였습니다. 물론 사례 두 개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어봤습니다.
볼린저밴드 W바닥 238건을 세어봤습니다
측정 설계부터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백테스트는 설계가 절반이라서요.
- 대상: 코스피·코스닥·삼성전자·SK하이닉스·S&P500·나스닥100·애플·엔비디아·테슬라·금 ETF(GLD) 일봉 10년치,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 일봉과 비트코인·이더리움 4시간봉 각 1,000봉. 모두 15개.
- 쌍바닥 정의: 좌우 5봉보다 낮은 스윙 저점 두 개가 10~60봉 간격으로 나오고, 두 저점의 가격 차이는 4% 이내, 사이 반등은 3% 이상, 두 저점 사이에 더 낮은 저점이 끼지 않은 형태.
- 분류: 두 번째 저점의 %B가 첫 저점보다 높으면 W-바닥 조건 충족, 같거나 낮으면 미충족.
- 판정 시점: 스윙 저점은 뒤로 5봉이 지나야 확정됩니다. 그래서 진입도 판정도 저점 + 5봉의 종가부터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미리 보고 고르는 실수를 막으려는 장치예요.
- 결과: 40봉 안에 넥라인을 종가로 넘겼는지, 그리고 진입 후 20봉 수익률.
이렇게 727건이 잡혔습니다. 조건 충족 238건, 미충족 489건.

넥라인 돌파율은 68.9% 대 60.1%. 8.8%포인트 차이입니다. 두 비율 검정으로 보면 z=2.31, p=0.021이라 우연으로 보기는 어려운 크기입니다. 무엇보다 15개 시장 가운데 12개에서 같은 방향이 나왔습니다. 특정 종목 하나가 전체를 끌어올린 게 아닙니다.
교과서 정의를 더 빡빡하게 잡아도 방향은 같았습니다. “첫 저점은 하단밴드를 이탈(%B<0), 두 번째 저점은 밴드 안에서 버팀(%B≥0)”이라는 원문 그대로의 조건으로 좁히면 89건이 남는데, 돌파율 68.5%였습니다. 반대로 두 저점이 모두 밴드를 이탈한 37건은 54.1%. 표본이 작아 통계적 유의성까지는 못 갔지만(p=0.12) 완화 정의와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 구분 | 건수 | 넥라인 돌파율 | 20봉 수익률 중앙값 | 20봉 상승 확률 |
|---|---|---|---|---|
| W-바닥 조건 충족 | 238건 | 68.9% | 1.11% | 58.8% |
| 조건 미충족 | 489건 | 60.1% | 1.22% | 59.5% |
| 교과서 엄격 정의 | 89건 | 68.5% | 1.05% | 53.9% |
| 두 저점 모두 밴드 이탈 | 37건 | 54.1% | 0.52% | 51.4% |
그런데 왜 수익률은 늘지 않았을까
표 오른쪽 두 칸을 다시 보시면 좀 이상합니다. 돌파율은 분명히 높은데, 20봉 뒤 수익률 중앙값은 1.11% 대 1.22%로 오히려 조건 미충족 쪽이 조금 높습니다. 상승 확률도 58.8% 대 59.5%로 사실상 동률이고요. 평균값만 보면 1.40% 대 1.43%라 역시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볼린저밴드 W바닥 조건은 이 그림이 완성될 확률을 높여주는 필터이지, 완성된 뒤 얼마나 오를지 알려주는 장치는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럽습니다. %B가 올라왔다는 건 매도 압력이 줄었다는 관측이지, 매수 세력이 얼마나 강하게 붙을지까지 짚어주는 신호는 아니니까요. 문이 열릴 가능성은 알려주지만 그 방에 뭐가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 셈입니다. 앞서 저거래량 구간 624건을 실측했을 때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때도 방향 신호가 아니라 속도를 알려주는 정보였죠. 지표가 알려주는 것과 우리가 알고 싶은 것 사이에는 늘 이 정도 간극이 있는 것 같습니다.
M-천장은 어땠을까요. 부호를 뒤집어 똑같이 재봤습니다. 두 번째 고점의 %B가 첫 고점보다 낮은 340건은 목선 이탈률 55.0%, 그렇지 않은 424건은 47.6%였습니다(p=0.042). 방향은 맞는데 시장별 일관성이 떨어집니다. W-바닥이 15개 중 12개에서 이겼던 반면, M-천장은 9개에서만 이겼습니다. 게다가 교과서 엄격 정의로 좁히면 51.4% 대 55.0%로 순서가 뒤집혔습니다.
왜 이렇게 비대칭일까요. 확언은 못 드리지만, 바닥은 공포가 한 번에 터지며 만들어지고 천장은 욕심이 서서히 식으며 만들어진다는 오래된 관찰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급하게 꺼진 자리는 흔적이 선명하고 천천히 식은 자리는 흐릿하니까요. 어쨌든 숫자로는 하락 쪽 신호를 상승 쪽만큼 믿을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전에서는 이렇게 씁니다
실전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하단밴드를 이탈한 저점이 하나 나오길 기다립니다. 이게 없으면 시작도 아닙니다. 그다음 반등 고점에 수평선을 그어 넥라인을 미리 정해둡니다. 두 번째 저점이 나오면 가격이 아니라 %B를 봅니다. 첫 저점보다 %B가 높으면 후보로 올리고 낮으면 그냥 넘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진입은 넥라인 종가 돌파 이후라는 점입니다. 실측에서 조건 충족 건의 31%는 끝내 넥라인을 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저점만 보고 미리 들어가면 이 31%를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손절은 두 번째 저점 아래에 두시는 게 자연스럽고요.
밴드가 흔들려서 판단이 어렵다면 켈트너 채널과 볼린저밴드를 비교한 글도 도움이 됩니다. 표준편차 대신 ATR을 쓰는 켈트너는 밴드가 급팽창하는 국면에서 다르게 반응하거든요.
흔한 실수
첫째, 두 저점의 가격만 비교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가 더 낮으니까 실패한 쌍바닥이네”라고 넘기면 앞서 본 코스피 3월 사례를 놓칩니다. 가격이 아니라 %B입니다.
둘째, 조건이 충족됐다고 목표가를 크게 잡는 경우입니다. 위 표가 말해주듯 조건 충족 여부와 상승 폭 사이에는 관계가 거의 없었습니다. 목표가는 넥라인에서 저점까지의 높이만큼을 얹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잡으세요. 조건이 충족됐다고 더 욕심내실 이유는 없습니다.
셋째, %B를 확정 전에 읽는 경우입니다. 저점은 뒤로 몇 봉이 더 지나야 저점인 걸 압니다. 진행 중인 봉을 저점으로 확정하고 %B를 재면 검증에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전에서는 재현되지 않습니다. 이건 삼역호전 254건 실측에서도 똑같이 조심했던 부분입니다.
패턴을 눈으로 익히는 게 결국 제일 빠릅니다. 차트큐의 차트게임에서 실제 차트를 넘겨가며 저점 위치를 맞혀보시면, 밴드 대비 위치라는 감각이 며칠 만에 붙습니다. 백 번 읽는 것보다 열 번 맞혀보는 게 낫더라고요.
자주 묻는 질문
Q. 볼린저밴드 설정을 20일·2σ가 아니라 다르게 쓰면 어떻게 되나요?
이번 볼린저밴드 W바닥 측정은 볼린저 본인의 기본값인 20일·2σ로만 했습니다. 기간을 짧게 잡으면 밴드가 가격을 더 바싹 따라다녀서 %B가 자주 극단으로 튀고 길게 잡으면 반대가 됩니다. 조건 판별의 민감도가 달라지니, 설정을 바꾸실 거면 같은 방식으로 다시 세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Q. 두 저점 사이 간격은 얼마가 적당한가요?
이번엔 10~60봉으로 잡았습니다. 너무 붙어 있으면 그냥 노이즈고, 너무 벌어지면 두 저점이 서로 다른 국면의 사건이 되어버립니다. 일봉 기준 2주에서 3개월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코스피에서는 차이가 +1.0%포인트뿐이던데요?
맞습니다. 코스피는 61.9% 대 60.9%로 거의 차이가 없었고 삼성전자(−6.6%p)·엔비디아(−4.1%p)·비트코인 일봉(−2.9%p)은 오히려 뒤집혔습니다. 전체 합계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왔다는 것과 모든 종목에서 통한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개별 종목에 적용하실 땐 그 종목에서 직접 세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쉽게 정리
- 볼 것: 두 번째 저점의 %B가 첫 저점보다 높은가. 가격이 아니라 밴드 대비 위치입니다.
- 기다릴 것: 넥라인 종가 돌파. 조건 충족 건의 31%는 여기서 무산됐습니다.
- 기대하지 말 것: 조건 충족이 수익률을 키워주지는 않았습니다. 볼린저밴드 W바닥은 확률을 조금 손보는 도구입니다.
- 덜 믿을 것: M-천장은 W-바닥만큼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하락 쪽 신호는 한 단계 낮춰 보시길 바랍니다.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라는 말이 이번에도 맞았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확률이 조금 나은 자리를 골라 서 있는 것뿐이고, 그 뒤는 시장이 결정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오늘 내용은 눈으로만 읽으면 금방 잊힙니다. 저희가 만드는 차트큐에는 과거 실제 차트가 무작위로 나오는 차트게임과 초보자용 스터디 가이드가 있으니, 실제 차트에서 직접 연습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