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래량 구간 624번을 세어봤습니다: LVN 돌파 매매의 진짜 성적표
혹시 차트를 보다가 이런 자리를 만난 적 있으신가요. 가격이 어느 지점에 닿자마자 미끄러지듯 쭉 빠져나가는 구간 말입니다. 거래량 프로파일을 켜서 그 자리를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가격대별 거래량 막대가 유독 홀쭉하게 파여 있습니다. 이렇게 거래가 거의 없었던 가격대를 저거래량 구간, 영어로는 LVN(Low Volume Node)이라고 부릅니다.
이 구간에 대해 검색해 보면 어디서나 거의 같은 문장이 돌아옵니다. “저거래량 구간은 지지가 약하니 가격이 빠르게 통과한다. 그러니 진입 방향으로 따라붙어라.” 저도 처음엔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궁금해서 코스피부터 비트코인까지 15개 시장에서 624번을 직접 세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3줄 요약
- 저거래량 구간에 들어간 뒤 반대편으로 뚫고 나간 비율은 43.3%로, 고거래량 구간(40.4%)과 사실상 차이가 없었습니다.
- 대신 그 안에 머문 시간은 확실히 짧았습니다. 평균 2.02봉 대 2.34봉, 15개 시장 중 11개에서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 그러니까 저거래량 구간은 방향을 알려주는 신호가 아니라 속도를 알려주는 지형입니다.

저거래량 구간이 뭔지부터, 차트를 90도 돌려보면
우리가 늘 보는 거래량 막대는 차트 아래쪽에 세로로 서 있습니다. 가로축이 시간이니까 “이 시간에 얼마나 거래됐나”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거래량 프로파일은 이 막대를 90도 돌려 세운 것입니다. 가격축에 눕혀서 “이 가격대에서 얼마나 거래됐나”를 보여줍니다. 관점 하나 바꿨을 뿐인데 차트가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 이름이 나옵니다.
- POC(Point of Control):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가격. 프로파일에서 제일 긴 막대입니다.
- 밸류 에어리어(Value Area): 전체 거래량의 약 70%가 몰린 가격 범위입니다. 시장이 “이 정도면 공정하다”고 합의한 구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HVN(High Volume Node): 거래량이 뭉친 봉우리입니다. 합의가 두터워서 가격이 이곳에 오면 잘 머무릅니다.
- LVN, 즉 저거래량 구간: 거래량이 희박한 계곡입니다. 아무도 그 가격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지 않아 시장이 후딱 지나가 버린 자리입니다.

위 차트는 비트코인 일봉 180개로 그린 실제 프로파일입니다. 오른쪽 히스토그램에서 청록색이 고거래량 구간, 주황색이 저거래량 구간입니다. 63,854달러 부근에 POC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위아래로 거래가 두터운 층이 형성돼 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반대로 80,000달러 위쪽과 60,000달러 아래쪽은 막대가 눈에 띄게 짧습니다. 저 구간에서는 시장이 오래 흥정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개념이 낯설게 느껴지신다면 거래량 프로파일 완전 정복 글을 먼저 보고 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1985년 시카고, 한 트레이더가 만든 지도
이 아이디어의 뿌리는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주인공은 J. 피터 스타이들마이어(J. Peter Steidlmayer)입니다. 그는 1963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들어와 플로어에서 직접 소리치며 매매하던 트레이더였고, 1981년부터 1983년까지는 거래소 이사회에 몸담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가 붙들고 있던 문제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플로어에 서 있는 사람은 어느 가격에서 물량이 몰리는지 몸으로 느낍니다. 하지만 거래소 밖에 있는 사람은 종가와 고가, 저가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 정보 격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
그가 내놓은 답이 마켓 프로파일(Market Profile)이었습니다. 시간을 알파벳 블록으로 쌓아 올려 가격대별로 시장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를 그림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도구는 1985년 CBOT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고, 이듬해 문서에는 유동성 데이터 뱅크(Liquidity Data Bank)라는 이름도 함께 등장합니다.
밸류 에어리어를 70%로 잡은 것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정규분포에서 평균 좌우 1 표준편차가 대략 68~70%를 담는다는 통계적 발상을 시장 가격에 그대로 옮겨 온 것입니다.
이후 시간 대신 실제 체결 물량을 쓰는 거래량 프로파일로 발전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형태가 됐습니다. 40년 전 플로어의 고민이 지금 여러분 차트에 얹혀 있는 셈입니다.
저거래량 구간이면 정말 뚫릴까, 624번을 세어봤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이번 글의 본론입니다.
측정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함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프로파일을 만든 데이터로 그대로 체류 시간을 재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거래량이 적은 구간은 정의상 시장이 짧게 머문 구간이니까요. 그렇게 재면 “짧게 머문 곳은 짧게 머문다”는 동어반복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설계했습니다.
- 직전 180봉만 가지고 거래량 프로파일을 만듭니다.
- 그 프로파일로 저거래량 구간과 고거래량 구간의 위치를 정합니다.
- 판정은 그 이후에 오는 봉에서만 합니다. 미래 정보는 한 톨도 쓰지 않습니다.
- 가격이 구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시점을 진입으로 잡고, 20봉 안에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면 통과, 들어온 쪽으로 되돌아 나오면 반전으로 기록합니다.
이 방식으로 코스피, 코스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P500, 나스닥100,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금 ETF, 그리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까지 15개 시장을 돌렸습니다. 저거래량 구간 진입 624건, 고거래량 구간 진입 628건, 합쳐서 1,252건이 모였습니다.

숫자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 구분 | 저거래량 구간(LVN) | 고거래량 구간(HVN) |
|---|---|---|
| 진입 이벤트 | 624건 | 628건 |
| 통과로 끝난 비율 | 43.3% | 40.4% |
| 반전으로 끝난 비율 | 56.7% | 59.4% |
| 구간 안 평균 체류 | 2.02봉 | 2.34봉 |
| 체류가 더 짧았던 시장 | 15개 중 11개 | — |
먼저 통과율입니다. 저거래량 구간이 43.3%, 고거래량 구간이 40.4%로 차이가 2.8%포인트에 그쳤습니다. 두 비율의 차이를 검정해 보니 p값이 0.311이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이 정도 차이는 우연으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더 눈여겨보실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저거래량 구간이든 고거래량 구간이든 통과보다 반전이 더 많았습니다. 저거래량 구간에서도 열 번 들어가면 여섯 번 가까이는 들어온 쪽으로 되돌아 나왔습니다. “약한 구간이니 뚫린다”는 통념과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반면 체류 시간은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저거래량 구간 안에서는 평균 2.02봉, 고거래량 구간에서는 2.34봉을 머물렀습니다. 약 14% 짧고, 15개 시장 중 11개에서 같은 방향이 나왔습니다. 특히 비트코인 4시간봉은 1.47봉 대 4.67봉으로 세 배 넘게 벌어졌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거래량 구간에서 가격이 빨리 움직인다는 말은 맞습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빨리 움직일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같은 구간, 정반대 결과였던 삼성전자 두 장면
말로만 하면 와닿지 않으니 실제 사례를 보시겠습니다.

둘 다 삼성전자 일봉이고, 둘 다 진입 직전 180봉으로만 계산한 저거래량 구간입니다. 조건이 같습니다.
왼쪽은 통과 사례입니다. 32만 5천 원에서 34만 5천 원 사이의 얇은 구간으로 가격이 들어오자 며칠 만에 위로 빠져나가 37만 원대까지 올라섰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 그대로입니다.
오른쪽은 반전 사례입니다. 22만 8천 원에서 26만 원 사이 구간으로 가격이 내려오면서 “여기 얇으니까 더 빠지겠구나” 싶었지만, 며칠 버티다 위로 되돌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래로 향했습니다.
같은 지형인데 결과가 정반대입니다. 이게 앞서 본 43% 대 57%라는 숫자의 실제 얼굴입니다. 참고로 이번 측정에서 삼성전자 한 종목만 놓고 보면 저거래량 구간 진입 58건 중 통과가 23건, 반전이 35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거래량 구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숫자가 이렇게 나왔다고 해서 저거래량 구간이 쓸모없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쓰는 방법을 바꾸면 됩니다.
가장 먼저 바꾸실 것은 이 구간을 읽는 관점입니다. 저거래량 구간에 가격이 들어왔다는 건 방향에 대한 힌트가 아니라 “지금부터 몇 봉은 빠르게 움직일 확률이 높다”는 예보에 가깝습니다. 진입 신호로 쓰지 마시고 변동성 경보로 받아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손절 자리도 다시 보셔야 합니다. 체류가 짧다는 건 그 안에서 가격이 훅훅 지나간다는 뜻입니다. 얇은 구간 한복판에 손절을 걸어두면 방향이 맞아도 먼저 털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손절은 반대편 고거래량 구간 바깥에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손절폭 산정이 고민이시라면 ATR로 매매 수량 정하는 법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목표가를 잡는 용도로는 오히려 쓸모가 큽니다. 얇은 구간을 통과했을 때 가격이 멈추는 곳은 대개 반대편 두꺼운 층이거든요. 들어가기 전에 어디서 나올지 미리 정해두는 데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간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거래량 구간의 경계가 이동평균선이나 전고점, 당일 평균 단가와 겹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VWAP와 POC가 만나는 자리는 근거가 두 겹이라 훨씬 단단합니다.
이런 구간 판단은 눈으로 반복해서 익히는 게 제일 빠릅니다. 차트큐의 차트게임에서는 실제 차트를 넘기면서 어디가 두껍고 어디가 얇은지 감을 잡는 연습을 할 수 있으니, 오늘 배운 걸 손에 붙이고 싶으시면 한번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흔한 실수 세 가지
지난달 프로파일을 오늘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POC와 밸류 에어리어는 거래가 쌓이면서 계속 움직입니다. 한 달 전에 그려둔 선을 절대선처럼 붙들고 있으면 엉뚱한 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구간을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잘라 잡는 것도 위험합니다. 어느 기간을 프로파일 범위로 잡느냐에 따라 POC 위치가 달라지거든요.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범위를 바꿔가며 맞추는 건 분석이 아니라 사후 확인입니다. 이번 측정에서 프로파일 구간을 180봉으로 못 박아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시장의 거래량을 믿을 수 있는지 따져보셔야 합니다. 외환 현물처럼 거래소가 흩어져 통합 거래량을 알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프로파일 신뢰도가 뚝 떨어집니다. 지지와 저항의 기본기부터 흔들린다고 느껴지시면 지지와 저항, 그리고 매물대 편으로 돌아가 기초를 다지고 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쉽게 정리
- 확인할 것: 지금 가격이 얇은 구간에 있는지 두꺼운 구간에 있는지. 얇다면 앞으로 몇 봉은 빠르게 움직일 각오를 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 기대하지 말 것: 얇으니까 뚫린다는 예상. 실측에서는 통과 43.3%, 반전 56.7%로 오히려 되돌아 나온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 대응할 것: 손절은 얇은 구간 바깥, 목표가는 반대편 두꺼운 층. 방향은 가격 움직임으로 확인하고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거래량 구간은 몇 개 봉으로 잡는 게 좋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자기 매매 주기의 서너 배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시면 무난합니다. 이번 측정에서는 일봉 기준 180봉을 썼습니다. 중요한 건 숫자 자체보다 한번 정한 기준을 바꾸지 않는 것입니다. 결과에 맞춰 구간을 조정하기 시작하면 어떤 지표든 의미를 잃습니다.
Q. 통과율이 43%면 저거래량 구간은 안 봐도 되는 건가요?
방향 신호로는 기대를 접으시는 게 맞습니다. 다만 체류 시간이 짧다는 건 15개 시장 중 11개에서 일관되게 확인됐습니다. 진입할 자리를 찾는 용도가 아니라, 손절폭과 목표가를 정하고 변동성에 대비하는 용도로는 여전히 쓸모가 있습니다.
Q. 거래량 프로파일은 어떤 시장에서 가장 잘 통하나요?
체결 물량이 한곳에 모이는 시장일수록 신뢰도가 높습니다. 선물, 주식, 주요 암호화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거래소가 흩어져 통합 거래량을 알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참고 자료 정도로만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오늘 내용은 눈으로만 읽으면 금방 잊힙니다. 저희가 만드는 차트큐에는 과거 실제 차트가 무작위로 나오는 차트게임과 초보자용 스터디 가이드가 있으니, 실제 차트에서 직접 연습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